“한국의 변호사로 일하면서 국가의 큰 위기를 막아냈다는 점에서 기쁨이 큽니다. 국부 유출을 막고 정당한 이익을 확보했다는 데서 오는 보람도 큽니다.”
13년간 론스타 국제투자분쟁(ISDS)에서 정부 측 법률 대리를 이끌어 온 김갑유(사법연수원 17기) 법무법인 피터앤김 대표변호사는 19일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.
11월 18일 3시 22분(미 동부 시간 새벽 1시 22분), 한국 정부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2012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약 46억8000만 달러(약 6조9000억 원)의 배상을 구하며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(ICSID)에 제기한 국제투자분쟁(ISDS) 사건의 취소 절차에서, 승소 (정부 측 취소신청 인용)’ 결정을 선고받았다. 한국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했던 원 판정을 취소하고, 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.
김 대표변호사는 론스타 사건의 초기 단계부터 참여한 이 사건의 ‘산증인’이다. 피터앤김을 설립하기 전인 2012년 법무법인 태평양 재직 시절 중재 신청이 시작됐을 때부터 이 사건을 맡아 주도적으로 이끌어 왔다.
"국가 대리는 행운이자 자부심"
김 대표변호사는 “변호사로서 일하면서 국가를 대리하는 것은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이지만 누구에게나 오는 기회가 아니다”며 “능력이 있는 상태에서 기회가 주어져야 할 수 있는 일이고, 한국 정부를 대리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던 것은 개인적으로는 큰 행운이고 자랑스러운 일”이라고 말했다.
론스타 사건은 2012년 제기된 이후 약 13년이 소요된 장기 레이스였다. 김 대표변호사는 “금융 규제와 조세 쟁점에 관할권 이슈까지 더해져 세계적으로도 드문 복잡한 사건이었다”며 피터앤김 측에서 낸 주장 서면만 900쪽에 달했다고 한다. 그는 “정부가 이런 여러 가지 쟁점들을 오랜 기간 살피는 국제투자 분쟁은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”며 “13년간 대통령 탄핵이 두 번이나 있었고 정권과 법무부 구성원이 수없이 바뀌는 중에도 실무진들이 자리를 지키며 일관성을 유지해 냈다”고 평가했다.
법무법인 태평양, 미국 로펌 아놀드앤포터 등 20~30명의 변호사가 ‘원팀’으로 협력한 팀워크도 승리의 동력이었다. 김 대표변호사는 “20~30명의 서로 다른 로펌 출신의 변호사들이 한 팀처럼 합을 맞춰 소송을 이끌었다”며 “중재 실무는 ‘팀워크(team work)’고 그 부분이 빛을 봤다”고 했다.
"명백한 절차 위반 파고들었다"
드물게 중재판정 전부 취소 결정을 받아낸 데는 ‘명백한 절차 위반’이 있었다. 김 대표변호사는 “소송 과정에서는 당사자의 변론권이 반드시 보장돼야 하는데, 원 중재판정부는 대한민국 정부가 참여하지 않은 ‘론스타와 하나금융 사이의 국제상공회의소(ICC) 중재 판정’을 증거로 삼았다”고 지적했다.
정부가 당사자가 아니어서 해당 중재 사건에서 변론할 기회조차 없었던 것은 당연했다. 그런데도 원 중재판정부는 ICC 판정 내용을 근거로 정부의 배상 책임을 물었고, 이 같은 원심의 논리가 절차적으로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취소위원회에 설득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.
"한국, 법과 원칙 갖춘 '시스템 국가' 증명"
김 대표변호사는 “국내 첫 투자분쟁 사건이었던 만큼 반드시 이기고 싶었다”고 했다. 그러면서 “소송 금액이 커서 승소하고 싶었다는 마음보다는, 대한민국의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서 체계적으로 굴러가는 나라임을 보여줄 수 있는 시험대 같은 소송이라 생각해서 최선을 다해 임했다”고 했다.
그는 “어릴 때 기억하던 한국은 경제적으로 어렵고 인권 문제도 많아서 법과 제도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국가로 보였는데, 이제는 이 판정으로 인해 그 시기를 벗어나 튼튼한 국가 시스템을 갖추고 법과 원칙에 따라 운영되는 체계적인 나라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”고 말했다. “국익 보호를 위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데 있어서는 정부가 어떤 상황에서도 정상적으로 가동된다는 점을 보여 줬다” 며 “자랑스러운 일”이라고 했다.
금융 규제나 조세 정책을 운용에 있어 사실상 모든 국가에게 “이번 판정이 정부가 어느 정도 금융을 규제할 수 있고, 어느 정도 실질 과세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좋은 예시를 보여준 판정”이라고 했다. 그는 “경제협력개발기구(OECD) 회원국에게 한국이 적용한 기준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라는 점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의미가 있는 판정”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.
향후 절차에 대해 김 대표는 “이번 판정으로 항소는 불가능하며, 론스타 측이 취소된 쟁점(하나금융 매각 승인 지연)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중재를 제기하는 것만 가능하다”고 말했다.
그는 이번 승소가 현재 진행 중인 엘리엇 사건 등 다른 투자자-국가 간 분쟁에도 긍정적인, 간접 효과를 줄 것으로 전망했다.
https://www.lawtimes.co.kr/news/213289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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